불교계, “더 이상 대화·타협 없다” 선 그어…시국선언으로 정부와 갈등 재점화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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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6-25 16:10 조회7,091회 댓글0건본문
MB는 ‘경’ 소리 듣지 못했나 | ||||||
불교계, “더 이상 대화·타협 없다” 선 그어…시국선언으로 정부와 갈등 재점화 국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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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불교계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불교계 인사들은 “더 이상의 대화와 타협은 무의미하다”라며 정부와 선을 긋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불교계가 냈던 목소리가 결국, ‘쇠귀에 경 읽기’였다는 시각이다. ‘종교 편향’에서 촉발된 양측의 갈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자연공원법 개정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불심 달래기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시국선언 정국에서 불교계는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관계 당국이 도대체 배경이 무엇인지 파악에 나섰을 정도였다. 지난 6월9일 서울 종로 조계사 앞에서 불교계 인사 1백8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6월15일에는 하안거 결제 기간 중인데도 조계종 승려 1천4백47명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전체 조계종 승려의 10%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지난 1987년 6월 항쟁 당시 7백50여 명의 승려가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교계의 지금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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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직자들은 종교 편향 발언 계속
여기에 편승한 일부 공직자들은 노골적으로 종교 편향 발언을 일삼았다. 전남의 한 광역단체장은 개신교계 신문에 낸 기고문에서 “여수엑스포 유치는 하나님의 선물이다”라거나 “세계박람회를 복음 박람회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하는 등 공직자들의 종교 편향 발언이 잇따랐다. 어청수 전 경찰청장은 전국경찰 복음화 금식대성회의 포스터에 조용기 목사와 나란히 사진을 게재하면서 불교계를 자극했다.
불교계는 정부가 주도하는 교통정보시스템이나 지리정보망 등에도 종교 차별이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6월 국토해양부의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 정보시스템인 ‘알고가’에 교회와 성당만 표시하고 사찰을 누락시켰으며,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교육지리정보시스템’이나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국가지리정보유통망’, 서울시 GIS 포털의 ‘내 지도 만들기’ 서비스에도 사찰이 누락되는 등 교회와는 확연하게 구분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불만이 쌓여 폭발한 것이 바로 지난해 8월27일의 범불교도대회이다.
이후 정부는 ‘공무원복무규정’을 개정해 공직자의 종교 차별 행위를 금지하고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이대통령도 종교 편향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휴화산’에 불과했다. 정부의 종교 차별 금지는 땜질식 처방에 머물렀고, 일부 공직자들은 종교 편향 금지를 비웃었다. 전북 지역의 한 경찰서장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도문을 낭독하고, 메일로 기도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인천의 한 구청장은 “인천의 뿌리인 중구청장으로 하나님이 세워주셨다고 믿고 있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처벌 규정이 없고, 선출직 공무원에 적용하기가 마땅치 않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지적이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의 한 간부는 “개신교 장로들에게 다른 종교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소망교회 장로 출신이고, 장관 등 주요 공직자도 개신교 신자가 태반이다. 겉으로는 ‘종교 차별 금지’를 말하면서도 다른 종교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이다. 범불교도대회 이후에도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여전히 종파주의로 가고 있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공직자 종교 차별 금지에 대해 기독교계의 불만도 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직자들도 종교를 가질 수 있고, 직무상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종교 활동과 발언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종교 간에 불협화음이 생기면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연공원법 개정’은 불교계를 더욱 자극했다. 우선 불교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5월1일 국립공원 등 자연보존지구 안의 로프웨이(케이블카) 설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에는 국립공원구역 내 케이블카 설치는 물론 단란주점 등 유흥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불교계는 자연공원법이 시행되면 자연환경과 문화재 훼손이 우려되어 정부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라리 가칭 ‘문화유산법’을 만들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국립·도립·군립 공원 지역 중 사찰 경내는 제외해 ‘문화유산지역’으로 별도 지정하고, ‘문화유산처’를 신설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환경부 등으로 분산된 문화유산 보전 업무를 통합하자는 것이다.
전통사찰보존법을 존치한 채 자연공원법을 개정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립공원에 있는 사찰 토지는 전통사찰보존법에 의해 사찰이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자연공원법이 시행되면 문화재보호법과 이중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사찰의 자율성과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불교계는 자연공원 제도가 10년 만에 한 번씩 개편되는 만큼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재·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자연공원법 개정에 찬성하는 곳도 있다. 일부 지자체들은 관광 자원 확보 차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제주도의 경우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 타당성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안이나 섬 지역 주민들은 숙박시설 설치로 인한 경제 활동이 가능해지는 등 기대심리가 커가고 있다. ‘환경 보호’와 ‘개발’이라는 명제를 놓고 한동안 갑론을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새로운 변수가 되었다. 불교계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정부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라고 말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불교계가 각별하게 신경을 쓴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실제 불교계는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알려지자 곧바로 ‘애도문’을 발표하고, 정부와 검찰을 강하게 성토했다.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은 봉하마을을 직접 찾아가 조문했고, 전국 주요 사찰에도 분향소를 설치했다.
지난 6월12일 검찰이 박연차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노 전 대통령의 49재를 맡고 있는 서울 강남의 봉은사는 사찰 입구에 ‘대한민국 검찰 중수부 소속 검사들은 봉은사 출입을 삼가 주십시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황찬익 봉은사 종무실장은 “검찰이 발표한 박연차 수사 결과를 보고 많은 사람이 답답하고 분노했을 것이다. 우리 절에 검찰이나 중수부 직원이 얼마나 다니는지는 모르겠으나 검찰 수사에 항의하는 일종의 메시지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불교계의 불편한 감정은 지난 6월4일에도 드러났다. 청와대가 마련한 7대 종단 초청 오찬에 지관 스님이 불참한 것이다.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으나 사실상 이대통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표출한 것이다. 종교 편향, 자연공원법 개정,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등에 대한 불교계의 불만을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기도 하다.
이달곤 행안부장관, 템플스테이 체험
불교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뒤늦게 불교계 달래기에 나섰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지난 6월11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전통불교문화원 개원식에 참석해 지관 총무원장 스님을 만났으며, 이달곤 행정안전부장관은 지난 6월22일 경남 합천 해인사를 방문해 조계종 종정인 법전 스님을 만나고 템플스테이를 직접 체험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법안 스님은 “참여정부 때도 불교계와 관계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새만금 개발, 부안 방폐장 건설,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공사, 한탄강 댐 건설 등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계속 설득하고 대화했다. 결국은 정부의 뜻대로 되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사회적인 소모와 갈등은 훨씬 적었다. 참여정부 때는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나면서 여론을 수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불교계의 어른 몇 명 만나서 설득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맨 마지막 방법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기업을 경영했던 그 방식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내부적인 상황도 있다. 오는 10월에는 제33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있다. 조계종 내에서는 최소한 총무원장 선거 때까지는 현재의 강경 기류가 계속 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와 불교계만의 갈등 아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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