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間(세간)과 出世間(출세간)(예금선 제97호 지상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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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금선사 작성일11-01-26 17:10 조회5,491회 댓글0건본문
世間(세간)과 出世間(출세간)
유월 신록의 녹음에 눈이 시립니다. 진녹색의 향엄과 계곡의 물소리가 자연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게 합니다. 대자연의 무성함만큼 인간의 기운 또한 6월에 솟구치곤 합니다.
흔히 중생들이 머무는 세계, 속세의 세계를 세간이라 하고 생사의 세계를 벗어나 열반의 세계에서 머무는 보살과 부처가 사는 세계를 출세간이라 합니다. 화엄경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의해서 형성된 모든 세계의 존재를 신(神)으로 표현합니다. 즉 성스럽고 고귀한 존엄의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기에 보살의 존재는 중생의 고통을 보고서 결코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는 연민심을 내는 것입니다. 즉 그 중생이 바로 나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31일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뭍 생명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자신의 한 몸을 던져 막고자 소신공양을 한 문수스님, 한 수행자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과 폭력의 불의함에 목숨을 던졌습니다. 지금까지 불교계를 대표해 생명과 평화운동을 온 몸으로 전하고자 했던 수경스님은 수행자라는 권위마저 내려놓고 홀연히 떠났습니다. 항상 정의로움을 향해 코뿔소의 외뿔처럼 의연하고 당당하게 사자후를 토하시던 수경스님이기에 그가 떠난 빈자리가 너무 큽니다. 미안하고 죄송스럽고 고마웠음이 가슴 깊이 저며 옵니다.
세세생생 동안 결코 보살도를 멈추지 않겠다고 하는 자타카의 부처님 삶을 떠올립니다. ‘매 순간 항상 깨어있으라’ 반야지혜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느낄 때 가능한 일이지요. 문수스님과 수경스님, 위 스님들께서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영혼을 맑혀주는 또 하나의 마음 거울이 아닐까요. 우리들의 이기적이고 방관적인 삶의 등불이기도 합니다. 보살의 무착행은 세간을 초월해 있으면서도 세간을 따르게 한다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나와 너가 별리된 존재가 아닌 본래는 하나, 인다라망 화엄의 중중무진법계의 세계입니다.
우리들의 부처님을 향한 구도의 열정이 월드컵의 열기 만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정월방생 때의 신륵사 자락의 남한강 모습은 인간의 욕망이 빚은 자연에 대한 큼직한 재앙이었습니다. 평화롭게 노니는 새들과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노는 물고기, 강에서 불어주는 신선한 바람과 향기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은혜로운 축복입니다. 어머니의 품같이 한 없이 너그럽고 평안을 주는 아름다운 강, 그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면서 보답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봅니다. 아파서 절규하며 죽어가고 있는 그 강에게 이제 우리가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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